1. 점심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을까
스무 살 갓 넘기고 마포 쪽 작은 마사지샵에 처음 들어갔을 때, 솔직히 가장 무서웠던 건 손님이 아니라 점심시간이었어요. 진짜로. 손님 응대는 매뉴얼이라도 있잖아요. 근데 직원들끼리 도시락 펴놓고 둘러앉아 있는 그 30분, 그게 제일 길더라고요. 어디 앉아야 할지, 무슨 말을 해야 할지, 핸드폰만 보면 싸가지 없어 보일까 싶고, 말 걸자니 다들 피곤해 보이고. 그때 제가 검색창에 뭐라고 쳤냐면, 서비스직 신입 점심시간 어색함, 이런 거였어요. 아마 이 글 보고 계신 분도 비슷한 마음이라 들어왔을 거예요. 동료랑 매니저랑 고객 사이에 끼어서 어디까지 웃어야 하고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, 그 한 달. 미리 말하자면, 그거 정답 없어요. 다만 1년쯤 지나고 보니까 그때 내가 너무 조급했구나, 그 정도는 보이더라고요. 그 얘기를 좀 풀어볼게요.
2. 입사 첫 주, 제가 제일 많이 한 실수
입사 첫 주에 제가 뭘 잘못했냐면, 너무 잘 보이려고 했어요. 선배 언니가 수건 개고 있으면 달려가서 같이 개고, 매니저가 뭐 하나 시키면 네네 하면서 두 배로 일했죠. 근데 이게 좋아 보일 것 같지만, 사실 동료들한테는 좀 부담이었나 봐요. 한 선배가 일주일쯤 지나서 그러더라고요. 너무 안 쉬어도 우리가 미안해진다고. 그 말 듣고 좀 멍했어요. 잘하려고 한 건데. 근무시간이 보통 하루 9시간 정도 되는데, 그 안에서 쉴 때 쉬고 움직일 때 움직이는 리듬을 못 잡으면 한 달도 못 가서 손목이 먼저 나가요. 실제로 제 동기 한 명은 3주 만에 손목 통증으로 그만뒀거든요. 그때 알았어요. 첫 주에 보여줘야 하는 건 열정이 아니라, 오래 같이 갈 사람이라는 신호라는 거. 근로계약서에 적힌 휴게시간은 진짜로 쉬라고 있는 거고, 그걸 안 쓰면 본인만 손해예요. 산재도 결국 본인이 못 쉬어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요.
3. 매니저랑 동료 사이,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
이게 진짜 어려운 부분인데요. 신입 때는 매니저가 뭘 물어보면 다 솔직하게 답해야 할 것 같잖아요. 어제 누구랑 뭐 했냐, 동료 누가 어떻더라, 이런 거. 근데 현장에서 보면 그거 다 답하는 신입이 제일 빨리 곤란해져요. 매니저는 매장 운영하는 사람이고, 동료는 같이 하루를 버티는 사람이거든요. 역할이 달라요. 그러니까 어느 한쪽한테 너무 붙어 있는 모습이 보이면, 반대쪽이 거리감을 둬요. 저는 종로 쪽 매장으로 옮긴 다음에야 이걸 좀 알았어요. 매니저한테는 일 얘기, 스케줄, 컨디션 정도. 동료한테는 일상 얘기, 손님 응대 노하우, 가끔 점심 메뉴. 이렇게 선이 좀 생기더라고요. 처음엔 차갑게 느껴질까 봐 걱정했는데, 오히려 다들 편해해요. 음, 말이 좀 이상한데, 적당히 거리감 있는 신입이 제일 같이 일하기 편한 사람이에요. 너무 친한 척도, 너무 벽 친 것도 안 좋고. 그 중간 어딘가를 한 6개월쯤 헤매다 보면 감이 와요.
4. 고객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, 사실 없어요
고객 응대도 그래요. 신입 때는 진상 손님 한 명 만나면 그날 하루가 다 무너지잖아요. 저도 입사 두 달째에 한 분한테 손기술이 약하다는 말 듣고, 끝나고 탈의실에서 좀 울었거든요. 그날따라 손이 떨렸어요. 근데 1년 지나고 보니까, 그런 손님은 그냥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던 사람이거나, 어디 가서도 똑같이 말하는 사람이거나, 둘 중 하나더라고요. 내 실력 문제가 아니라. 물론 진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죠. 그건 선배한테 따로 물어보면 돼요. 손님 말에 그 자리에서 휘둘리지 말고. 그리고 하나 더, 매장 들어가기 전에 4대보험 되는지, 근로계약서 제대로 쓰는지는 꼭 확인하셨으면 해요. 들리는 말로는 업계에서 계약서 안 쓰는 곳이 아직도 꽤 있다는데, 그런 데는 손님 컴플레인 들어왔을 때 관리사한테 책임 다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요. 정상적으로 사업자등록 되어 있고,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된 채용 루트로 들어온 매장이면 그래도 기본은 지키더라고요.
5. 1년 지나고 후배한테 해주고 싶은 말
지금은 입사한 지 1년이 좀 넘었어요. 그때보다 잘 지내냐고 물으면, 글쎄요, 잘 지낸다기보다 덜 흔들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. 점심시간에 말 안 하고 핸드폰 봐도 아무도 뭐라 안 해요. 매니저가 사적인 거 물어보면 웃으면서 비켜 가는 법도 생겼고, 손님이 뭐라 해도 끝나고 5분이면 털어내요. 근데 솔직히, 가끔은 그 어색했던 첫 달이 그립기도 해요. 그땐 다들 저한테 친절했거든요. 신입이니까. 지금은 후배 들어오면 제가 그 자리에 서 있고요. 1년 차에 후배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하나예요. 너무 빨리 적응하려고 하지 마세요. 첫 한 달 어색한 거 당연한 거고, 그 어색함을 견디는 동안 본인 페이스가 만들어지더라고요. 어쩌면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어요. 매장마다 분위기 다르고, 사람마다 성격 다르니까. 그냥 누군가는 비슷한 길을 먼저 걸어갔다, 정도로 들어주시면 좋겠어요. 이 정도가 적당하더라고요, 제 경험상은.
